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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역본 {구사론}의 사상사적 의의

파르헤지아 2009. 10. 11. 21:45

구사론(俱舍論)에 대해서

 

해 제/8. 현장역본 {구사론}의 사상사적 의의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오늘날 {구사론}의 연구는 연구자료의 현격한 변화로 말미암아 전통적인 구사학의 연구와는 그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었다. 이같은 문헌학적 연구는 근대 이래 개별 분과학의 학문적 경향으로서,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고 하겠다. 그러나 다른 한편 {구사론}의 사상사적 의의 또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 {구사론}의 원전과 이와 관련된 온갖 개별전적에 대한 문헌학적 연구에만 치중한 나머지 그것의 사상사적 연구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는 경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불교는 결코 단일한 체계가 아니다. 불교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전개된 온갖 상이한 학적 체계가 모여 이루어진 매우 복합적이고도 유기적인 체계이다. 우리는 대개 그러한 제 체계를 역사적 시대적 구분에 따라 초기(원시)불교 ― 아비달마(부파, 혹은 소승)불교 ― 초기대승 ― 중기대승 ― 후기의 밀교로 나누기도 하고, 혹은 그 중의 두드러진 각각의 이론체계에 근거하여 유부아비달마(바이바시카)·경량부·중관학파·유가행파로, 혹은 중국의 교판가(敎判家)에 따라 소승교·대승시교(大乘始敎)·대승종교(大乘終敎)·대승돈교(大乘頓敎)·대승원교(大乘圓敎)로, 혹은 화엄·아함·방등·반야·법화 열반 따위로 나누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 제 체계는 다시 세부적 체계로 독립하여 서로 대립하기도 하고, 혹은 종합을 꾀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 모두가 불타 깨달음을 근거로 한 그의 말씀의 학적 이해체계로서 상호 유기적으로 관계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원시불교로부터 초기대승으로의 교량적 역할을 담당하였던 것은 부파불교 즉 아비달마불교였으며, 오늘날 아비달마불교의 실상을 밝혀 주는 중요한 자료가 6족론(足論)이나 {발지론} {대비바사론}과 같은 문헌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물론 남방 상좌부의 논서 또한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만, 초기대승의 무자성(無自性)의 반야(般若) 공관(空觀)이 설일체유부의 제법실유(諸法實有)의 사상을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특히 유부의 논서가 중요시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유부의 제법실유론에 전제 없이 초기대승의 이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유부 아비달마 중에서도 특히 {대비바사론} 200권은 당시 부파불교의 실상을 말해 주는 백과사전식의 방대한 문헌으로, 가히 불교역사상 전무후무한 지식의 보고(寶庫)라고 할 만하다. 제 부파의 교의를 간명하게 집성하고 있는 {이부종륜론(異部宗輪論)}도 이에 근거하지 않고서는 조직적인 교의체계로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점은 {대비바사론}을 비롯한 이 같은 유부의 아비달마가 모두 현장의 번역으로만 온전하게 전해진다는 사실이다. 주지하듯이 제법(諸法)의 분별을 추구하는 유부 아비달마의 법상(法相)과 그 상섭(相攝) 관계는 대단히 번쇄하고 난해한데, 그것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가장 빠른 길은 동일한 술어로 번역된 바로 이 현장역본의 {구사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신(新) 유부[薩婆多]로 일컬어지는 중현의 {순정리론}과 {현종론} 역시 오로지 현장역본만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것의 이해는 이 같은 현장역본의 {구사론}을 통하지 않고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종학(宗學), 이를테면 현장을 비조로 하는 법상 유식학에서는 현장의 구사학을 기초학으로 삼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며, 천태나 화엄의 교판에서 소승교나 아함 역시 사실상 모두 현장역본의 {구사론}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어떤 특정의 종학과 관계없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업감연기(業感緣起)나 인과의 이치와 관계되는 불교의 모든 교학 또한 이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곧 동아시아에서 발달한 모든 불교종학을 체계적이고도 조직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장 삼장이 번역한 『구사론』의 학습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데 본론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역자 권오민

 

제법(諸法)의 분류표(범어의 본래 음은 다름)

1. 유위와 무위
1) 유위법(有爲法, samskrta dharma)
2) 무위법(無爲法, asamskrta dharma)

2. 유루와 무루
1) 유루법(有漏法, sasrava dharma)
2) 무루법(無漏法, ansasrava dharma)

3. 5온(蘊)
1) 색온(色蘊, rupa skandha)
2) 수온(受蘊, vedan skandha)
3) 상온(想蘊, samjna skandha)
4) 행온(行蘊, samskara skandha)
5) 식온(識蘊, vijnana skandha)

4. 12처(處)
1) 안처(眼處, caksur indriya yatana)
2) 이처(耳處, rotra indriya yatana)
3) 비처(鼻處, ghrana indriya yatana)
4) 설처(舌處, jihva indriya yatana)
5) 신처(身處, kaya indriya yatana)
6) 의처(意處, mana indriya yatana)
7) 색처(色處, rupa yatana)
8) 성처(聲處, sabda yatana)
9) 향처(香處, gandha yatana)
10) 미처(味處, rasa yatana)
11) 촉처(觸處, sprsa avya yatana)
12) 법처(法處, dharma yatana)

5. 18계(界)
1) 안계(眼界, caksur dhatu)
2) 이계(耳界, rotra dhatu)
3) 비계(鼻界, ghrana dhatu)
4) 설처(舌界, jihva dhatu)
5) 신처(身界, kaya dhatu)
6) 의처(意界, mano dhatu)
7) 색계(色界, rupa dhatu)
8) 성처(聲界, sabda dhatu)
9) 향처(香界, gandha dhatu)
10) 미처(味處, rasa dhatu)
11) 촉처(觸界, sprsa avya dhatu)
12) 법처(法界, dharma dhatu)
13) 안식계(眼識界, caksur vijnana dhatu)
14) 이식계(耳識界, rotra vijnana dhatu)
15) 비식계(鼻識界, ghrana vijnana dhatu)
16) 설식계(舌識界, jihva vijnana dhatu)
17) 신식계(身識界, kaya vijnana dhatu)
18) 의식계(意識界, mano vijnana dhatu)

6. 5위(位) 75법(法)
1) 색법(色法, rupa dharma): 11가지
(1) 안근(眼根, cakaur indriya)
(2) 이근(耳根, rotra indriya)
(3) 비근(鼻根, ghrana indriya)
(4) 설근(舌根, jihva indriya)
(5) 신근(身根, kaya indriya)
(6) 색경(色境, rupa visaya)
(7) 성경(聲境, sabda visaya)
(8) 향경(香境, gandha visaya)
(9) 미경(味境, rasa visaya)
(10) 촉경(觸境, sparaa avya visaya)
(11) 무표색(無表色, avijna apti)

2) 심법(心法, citta dharma): 1가지

3) 심소법(心所法, caitta dharma): 46가지
(1) 대지법(大地法, mahabhumika dharma); 10가지
a. 수(受, vedana)
b. 상(想, samjna)
c. 사(思, cetana)
d. 촉(觸, sparsa)
e. 욕(欲, chanda)
f. 혜(慧, prajna)
g. 념(念, smrti)
h. 작의(作意, manaskara)
i. 승해(勝解, adhimoksa)
j. 삼마지(三摩地, samadhi)

(2) 대선지법(大善地法): 10가지
a. 신(信, sraddha )
b. 근(勤, virya)
c. 사(捨, upeksa )
d. 참( , hri )
e. 괴(愧, apatrapya)
f. 무탐(無貪, alobha)
g. 무진(無瞋, advesa)
h. 불해(不害, ahimsa )
I. 경안(輕安, prasrabdhi)
j. 불방일(不放逸, apramada)

(3) 대번뇌지법(大煩惱地法): 6가지
a. 무명(無明, avidya)
b. 방일(放逸, pramada)
c. 해태(懈怠, kausidya)
d. 불신(不信, raddha)
e. 혼침(?沈, styana)
f. 도거(掉擧, auddhatya)

(4) 대불선지법(大不善地法): 2가지
a. 무참(無 , hrikata)
b. 무괴(無愧, anapatrapa)

(5) 소번뇌지법(小煩惱地法): 10가지
a. 분(忿, krodha)
b. 부(覆, mraksa)
c. 간( , matsarya)
d. 질(嫉, irsya)
e. 뇌(惱, pradasa)
f. 해(害, vihimsa)
g. 한(恨, upanaha)
h. 첨(諂, maya )
i. 광( , sathya)
j. 교( , mada)

(6) 부정지법(不定地法)
a. 악작(惡作, kaukrtya)
b 수면(睡眠, middha)
c. 심(尋, vitarka)
d. 사(伺, vicara)
e. 탐(貪, raga)
f. 진(瞋, pratigha)
g. 만(慢, mana)
h. 의(疑, vicikitsa)

4) 심불상응행법(心不相應行法): 14가지
(1) 득(得, prapti)
(2) 비득(非得, aprapti)
(3) 동분(同分, sabhagata)
(4) 무상과(無想果, asamjnika)
(5) 무상정(無想定, asamjnisamapatti)
(6) 멸진정(滅盡定, nirodhasamapatti)
(7) 명근(命根, jivitendriya)
(8) 생(生, jati)
(9) 주(住, sthiti)
(10) 이(異, jara)
(11) 멸(滅, anityata)
(12) 명신(名身, namakaya)
(13) 구신(句身, padakaya)
(14) 문신(文身, vyamjanakaya)

5) 무위법(無爲法)
(1) 허공무위(虛空無爲, akasa)
(2) 택멸무위(擇滅無爲, pratisamkhyanirodha)
(3) 비택멸무위(非擇滅無爲, apratisamkhyanirod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