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살로메의 명상노트

도시의 봄날

파르헤지아 2009. 3. 31. 22:20

 

오랫만에 선릉역 빌딩숲에 섰다.

넥타이를 맨 남자들과 일하는 여자들이

거니는 도시의 풍경을 유리창 너머로 본다.

그동안 보아왔던 풍경과는 좀 다른 역동성이 좋다.

작년과 다르게 이 빌딩숲에도 봄은 왔다.

개나리는 빌딩 사이에 노란 얼굴을 드러 내었고,

목련은 하얗게 수줍은 꽃망울을 맺었다.

성질 급한 벛꽃이 듬성듬성한 거리에

참치 못해 터져버린 웃음처럼 환하다.

 

봄은 이렇게 회색 빌딩 숲에도 찬란하다.

도시라서 더 아름다운 봄의 생기가 숨은 얼굴을 드러내고

오랫만에 나도 도시의 봄날에서 청춘을 찾은 소녀처럼 즐겁다.

꽃은 피었다 지고, 

하루는 밝았다 어두어지는 이 반복 속에서,

같은 하루는 단 한번도 없었다는 것을 안다.

도시의 봄날이 삶이 얼마나 바쁘고 빠르게 가는지 속삭인다.

 

하루도 아름답지 않은 날 없고,

하루도 신비롭지 않은 날 없고,

하루도 사랑하지 않은 날 없고,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날 없다.

그러나 그 하루는 가고 나면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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