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있어 제주는, 제주의 사진은, 삶에 지치고 찌들은 인간을 위무하는 영혼의 쉼터입니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는, 영원한 안식처입니다. 그 바다에는 수천년을 이어온 제주인 특유의 끝질긴 생명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고만고만한 오름에 올라, 드센 바람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들풀이나 야생화 따위를 보며 느끼는 순응의 미학은 오로지 제주만의 것입니다. 돌서덕밭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있는 무덤에서 그들은, 죽음이나 절망 따위가 아니라 삶에 대한 의욕과 희망을 건져냅니다. 그것은, 이제까지 우리가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제주입니다. 그것을 찾고 싶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이렇다 저렇다 단정지을 수 없는 제주만의 은은한 황홀을, 가슴으로 느끼지 않으면 다가오지 않는 그 삽시간의 환상을 잡고 싶었습니다. 20여 년 세월을 미친 듯이 쏘다니며 안간힘을 쓴 것은 오로지 그것 때문이었습니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 일상의 평상심을 유지하기 위해, 이거다 싶을 때마다 그 황홀함을 붙잡으려 무던히도 애를 썼습니다. 절망적인 감상까지 씻어줄 것 같은 황홀함은, 그야말로 삽시간에 끝이 나고 맙니다. 단 한번도 기다려주지 않고 그저 삶을 평화롭게 응시할 것을 주문합니다. 나는, 제주의 가공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본디 그대로의 그것을 붙잡으려 애씁니다. 그래서 그저 기다릴 뿐 입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나는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발견하고 그것이 내 곁에 오래도록 머물게 하기 위해 존재해왔습니다. 그래서, 나는, 자유입니다. | |||||
-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서 발췌 |
자신의 전부를 건 어느 사람의 일생은 보는 이의 마음에 감동을 줍니다.
백마디 말보다 그의 사진 한 장이 제게는 감동이였습니다.
그것이 결국은 자연을 그대로 담으려는 그의 긴 기다림이였다는 것을 안 후에는
더욱 그러하였습니다.
그는 지금껏 제가 추구하는 요가의 길을 그가 찍은 사진 하나하나에 말없이 보여준
아름다운 사람이여서 더욱 그러하였을 겁니다.
그의 갤러리에서 현실에서는 단 한 번도 만날 수 없었던 그의 영혼의 숨결을
시공을 초월하여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의 사진안에 깃들어 있는 그의 영혼이 제주를 사랑하여 보낸 기다림의 긴 침묵으로
고스란히 느껴지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그가 보내는 외로운 영혼들을 위한 위로의 말들을 느끼며,
인간이기에 가능한 이러한 교감에서 살아있는 자의 특권을 누리는 것 같습니다.
살아있다는 것보다 더 경이로운 것은 없다는 말로 오늘을 시작합니다.
이 세상에 가득한 많은 아름다운 것들에 감사를 느끼며...
누군가 상처받은 다른 사람에게도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삶의 이야기의 아름다움은 고통과 인내의 기다림이 없이는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을....
2010년 1월 22일 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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