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29일, 눈을 감았다.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가 남긴 육신의 흔적을,
생전에 그가 갤러리 뒤란에 심어놓고 애인처럼 아끼던 감나무 밑에 뿌렸다.
비가 왔고, 사람들은 돌아가지 않고 한참을 서 있었다.
"움직일 수 없게 되니까, 욕심 부릴 수 없게 되니까 비로소 평화를 느낀다.
때가 되면 떠날 것이고, 나머지는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철들면 죽는 게 인생, 여한 없다, 원없이 사진 찍었고, 남김없이 치열하게 살았다."
마지막 해의 봄,
유채꽃이 질 무렵엔 혀의 근육도 굳어져 더듬더듬 말을 잇던 김영갑이
'남아있던 사람들의 몫'을 채근하듯 두모악에 삽시간, 바람이 불었다.
- 1957~ 2005 김영갑 사진집에서 -
제주를 사랑한 한 사람이 제주를 사진으로 남기고 그곳에 묻혔다.
나는 그가 눈을 감은지 4년이 지난 후에야 그가 이 세상을 살다간 사람이란걸 알았다.
그리고 그의 인생이 남은 두모악을 보기 위해 제주도를 갔었다.
비록 바람으로지만 나는 그의 숨결을 느꼈다.
그의 사랑이 느껴지던 그곳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제주는 아름답다.
내가 처음 제주를 보았을때 느껴지던 바람이
제주를 살아있는 무엇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사랑 그후에 남겨진 것들은
인간의 삶을 재발견하게 해준다.
그리고 시간과 함께 모든 것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뿐이다.
Fujita Emi - "First of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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