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살로메의 명상노트

흔적

파르헤지아 2009. 7. 8. 09:50

몸의 흔적을 지우고

마음의 흔적을 지우고

그 흔적을 지우는 요가의 길에 들어서서 만났던 것들이

기억 저편으로 아련히 스러져 갈때

가끔 가슴이 아리게 젖어 오는 것들이 있다.

                                                        2009년 6월 11일 장호원에 있는 보덕암에서

                               

 흔적 / 백선혜

 

유난히 검고 깊어진 밤에

너도 아니고 나도 아닌 우리는

서로를 알지 못하고 잊혀져 간다.

길가에 떨어져 뒹구는 낙엽들은

가슴을 사각거리는 소리가 된다.

 

햇빛 좋은 오후

눈물에 젖은 손수건 같은 빨래는

저 혼자 바람에 펄럭이며 말라간다.

그 헝겊조각에도 그리움은 남아

투명한 물빛 색깔 냄새가 바람결에 흩어진다.

 

바닷물에 오래 절여진 검은 해초 뿌리도,

소금에 절여진 간 고등어의 눈빛도,

세상 에서 홀로인 사람들을 닮았다.

 

잠든 시계의 바늘이 더 이상은 자리를 뜨지 않는 날,

밤늦게 창가를 두드리는 가을비의 소리에

 "지금 밖에는 비가 와"

이 말을 적은 문자를 지금 나는 네게 보낸다.

하지만 이를 알리 없는 너는 대답이 없다.

 

가끔 바람이 부는 날이면 

바람 따라 흔들리는 풍경 소리 들릴때

물빛 색깔의 그리움으로 내가슴에도 바람이 분다.

 

가슴에 서늘한 바람이 일면

조금씩 아파오는 곳이 있다.

내가 이렇게 아프듯이

너도 가끔은 아프단 걸 안다.

 

물에 닿으면 제일 먼저 젖어드는 곳처럼

여기에도 대보고 저기에도 대보지만

참 알 수가 없다.

가끔 가슴 아리게 젖어드는

이것은 무엇으로부터 남겨진 흔적일까?

 

 

2005. 11. 6   일요일 새벽  두드리는 빗소리에 잠 못 이루며 쓴 글을

2009. 6. 28. 일요일 오후 무더위 속 비를 느끼며 다시 고친다.

 

그리움이 눈처럼 하얗게 쌓인다면
세상을 살아내기가 조금은 쉬울까요?
가끔 아주 가끔 내 앞에 찢겨진 흔적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보고
나 역시 당신같이 찢겨진 몸이라는 것을 말하지 못합니다.
아직은 지킬 자존심이 남은 건지 어떤건지 모르지만
어쩌면 세상을 살아내기가 생채기를 만들고 지우는 일만 같습니다.
가을비가 내리는 늦은 밤 다들 행복하였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