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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보단 자유 나를위해 산다 [대학가 뉴스]

파르헤지아 2006. 5. 17. 12:43
구속보단 자유 나를위해 산다

Be a Liberal & Open Generation

이미지만 앞세우는 정치권에 실망……""스스크크린린쿼쿼터터 사사수수보보단단 경경쟁쟁력력 제제고고""목목청청

계절의 여왕 5월. 중간고사가 끝난 캠퍼스는 이제 축제의 열기로 그득할 때다. 붉게 철쭉꽃이 피어난 캠퍼스 잔디밭에 앉아 즐겁게 웃고 떠들 수 있건만 여기 다섯 명의 청춘들은 단지 그들이 캠퍼스헤럴드의 대학생 기자, 그리고 블로그 세대라는 이유만으로 지난 10일 갑갑한(?) 본사 대회의실에 모여 다소 무거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이 바라본 2006년 봄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이들의 재기 넘치는 토론과 의견 공방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경계없이 장벽을 넘나드는 블로그 세대의 유연성이 고정된 듯한 토론의 주제마저도 생동감있는 의견으로 되살려 놓는 듯했다. 쾌도난마가 따로 없다. 변화하는 캠퍼스, 이미지 정치, 스크린쿼터 등 복잡한 이슈들도 이들의 유쾌한 입담을 피해가진 못했다.

▶고려대 학생 출교사태, "학생도 스스로 행동에 책임을 져야"

신재영=결론부터말하자면 출교조치는 너무 가혹해. 그러나 더 잘못된 것은 교수를 감금한 것. 투쟁 방식이 극단적으로 흐르고 있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중간과정이 생략된 투쟁이란 느낌이 강하게 들어.

양은주=그점에 대해선 나도 동의해. 교수를 가두는 등의 물리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잘못이야. 하지만 학교가 그 학생들을 대해 출교조치를 취했다는 것은 학교도 미숙한 학생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준 사례야. 양측이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토론도 배제한 상태에서 진행된 이번 사건은 학생을 대하는 교수들의 태도, 교수에 대한 학생들의 행동 모두에 문제가 있어. 특히 고대의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이미지에서 유추해 본다면 학생이나 학교 양측 모두 유연성을 전혀 발휘하지 못한 것 같아. 물론 이번 사태는 고대가 아닌 다른 학교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봐. 유연하지 못한, 너무 배타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 같아.

신재영=사실 시비를 떠나, 같은 학생 입장에서 재입학도 허용되지 않는 출교조치는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어. 행동에 대한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 학생들도 잘못이 있겠지. 하지만 어린 학생들의 판단착오나 혈기에서 비롯되는 고집은 사실 어른이 가르치기 힘든 부분도 있어. 이런 걸 감안하지 않고 무작정 학교에서 내쫓는 건 학교가 교육을 포기했다는 느낌마저 주고 있어.

이가연 = 그런 면에서 난 출교조치는 당연하다고 생각해. 학생들이 먼저 감금이라는 극단을 택했기 때문에 출교라는 결과에 이르렀어. 모든 행동에는 책임이 따라야한다는 사실을 곧 사회인이 될 대학생들도 염두에 둬야 해. 아마 출교를 통해 학생들은 더 큰 것을 배울 수도 있을지도 몰라.

이윤경=노동자들의 파업의 경우, 그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취하는 마지막 행동이란 점에서 이번 학생들의 교수감금과 닮은 점이 있어. 하지만 노동자들의 파업도 토론과 타협을 통해 조기에 끝날 수도 있고, 지나칠 경우 공권력의 제재도 받아. 학생들도 마찬가지야. 그들의 행위에 대한 결과가 나빴어. 이젠 학생들도 원하는 것을 관철시키고자 한다면 그것에 이르는 방법도 좀 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해. 행동에 책임을 지는 지성인으로서의 자세가 필요해.

▶"운동권, 비권 다 똑같다. 개인주의자들을 위한 학생회가 필요해"

신재영=최근 서울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황라열 씨같은 사람도 어떤 면에서는 캠퍼스의 한 변화라고 언론에 회자되더군.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그같은 비운동권의 당선은 캠퍼스에선 더 이상 뉴스도 아니잖아. 비운동권의 공허한 주장들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식상해 하고 있어. 취업문제, 학교복지 문제 등에 대해 그들이 현실성 없는 이야기를 할 때 운동권 학생들과 뭐가 다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야. 비운동권으로서 이미지만 강조하고 있어. 잘할까에 대해선 아직도 의문이야.

최윤영=캠퍼스 헤럴드 취재차 황 씨를 만난 적이 있어. 그는 '예전 운동권들은 좀 깨끗한 판을 쓰고 정리도 해놓지 않은 채, 그냥 나갔다. 자기는 이런 판 자체를 뒤집어 처음의 그 판처럼 깨끗하게 만들겠다'고 주장하더군. 다음에는 운동권이든 비운동권이든 누가 들어오건 상관없이 깨끗한 판을 원하는 학생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어. 공감이 가더군. 이미 지저분하고 무너져버린 학생회와 학생들간의 관계를 새롭게 만들겠다는 태도가 말이야. 관심없는 학생들의 시선을 모아보겠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이윤경=그런 면에서 이제 학생들은 학생회에 그 무엇도 바라지 않아. 작은 것 하나라도 제대로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후보를 선호할 뿐이야. 등록금 인상 반대나 정치적인, 그야말로 덩치 큰 이야기들에 학생들은 더 이상 신뢰를 보내지 않아. 하지만 학내 정수기 설치나 복지 개선 등은 작지만 실천가능하거든. 그런 후보에 더 관심을 갖는 건 확실해.

최윤영= 황 씨의 경우도 이미지로 승부한 학생회 후보야. 작은 것을 이야기하고 괴짜라는 독특함을 선거운동 내내 보였다더군. 지금까지 후보와 다른 이미지를 드러낸건데 그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양은주= 현실적이고, 개인적이고, 이미지적이다. 난 이 세 단어로 요즘 학생들을 규정할 수 있을 것 같아. 캠퍼스는 이제 개인주의자들의 공간이지 집단의 논리가 설 수 있는 곳은 아닌 것 같아. 그 개인주의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학생회가 성공할 수 있을까?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다. "정치도 이미지 필수"

최윤영=학교정치든 현실정치든 주된 화두는 이미지인 것 같아. 5ㆍ31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 그런가? 하지만 내 생각엔 오세훈, 강금실과 같은 후보들이 단지 이미지가 좋아서가 아니라 정치권에서 대안이 없어 나온 거 아닌가? 이미지라 말하기 보다는 정말 나올 사람이 없어서인 것 같은데. 기존 정치판에서는 기대할 게 없잖아.

신재영=당에서는 당선을 위해 대중적 인지도와 이미지가 좋은 사람을 고른 것 같아. 뭐 요즘 호감과 비호감이 유행이잖아. 당연히 호감이 가는 인물을 고르다보니 급조된 후보들이 나오는 것 같아. 연애인도 아닌 후보들이 나와 꼭지점 댄스를 추질 않나. 이젠 정책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후보가 나왔으면 해. 특히 행정가를 뽑는 지방선거인만큼 더욱 그런 바람이 커. 사실 개인적으로 한나라당을 지지하지만 오세훈 같은 인물보다는 열린우리당의 이계안 같은 후보가 나왔으면 했거든. 능력이 이미지를 이기지 못하는 게 아쉬워.

이가연=다들 정치이야기를 하니 좀 그러네. 사실 지금까지 정치에 정말 무관심했다. 신문에서도 정치기사는 잘 안 읽어. 선거도 마찬가지야. 참여해 본 적이 없었거든. 정치라는 것 자체가 너무 고리타분하고, 발전성없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참여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청계천 복원이나 서울시가 바뀌는 모습에 시장이 누구냐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 이번에는 누구든 제대로 된 공약이 있으면 그 후보에게 표를 주고 싶어.

신재영= 가연이처럼 그런 현실적인 공약을 보는 이도 있지만 대중은 어쩔 수 없이 이미지를 보는 것 같아. 젊고, 깨끗하고, 인지도가 좀 있다면 대중들은 그래도 이미지 좋은 인물이 일을 더 열심히 하지 않겠나라는 기대를 갖기 마련이야. '저 후보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나도 갖거든. 어차피 대중은 후보들의 정책을 일일이 분석하지는 않아.

최윤영= 이미지라는 게 너무 포괄적인 개념이긴하지만 중요해. 난 정치경력도 이미지를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 정치인의 그 궤적이 그의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밑거름이거든. 결국 이미지와 괜찮은 정치인은 비슷한 선에 서있다고 봐.

이가연= 이미지 정치 대결을 나쁘게 보지 않았으면 해. 어차피 모든 게 포장되는 현실에서 자신의 진면목을 더 잘 전달하기 위해서라도 더하고 덜하는 게 필요해. 아무렴, 이미지 사회인 걸. 재영이가 말했듯 호감과 비호감으로 사람의 인격까지 판단하는 시대이니. 정치라고 다를 게 있겠어?

양은주=요즘 젊은이들이 이미지를 요구하는 측면도 있어. 즉흥적인 이미지가 선거를 그르칠 수도 있다는 건 역사도 증명하고 있는 사례가 많아. 능력없는 후보가 이미지만으로 당선이 된다면 말그대로 걱정스럽지 않겠어? 국운을 결정지을 선거가 겉모습, 이미지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건 문제가 있어.

▶스크린쿼터 문제,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한국영화를 원한다"

최윤영=영화 주제라 좀 가벼울 줄 알았는데 진짜 까다로운 스크린쿼터 문제네(한숨). 스크린쿼터 축소는 찬성이다. 우리나라 영화산업에 긴장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한국영화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걸로 봐.

신재영= 의무 상영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영화 산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걸 뜻해. 자칫 축소, 폐지를 이야기했다간 영화산업이 돌이킬 수 없이 무너질 수도 있어. 지금까지 키워온 우리 한국영화의 위상이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난 반대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어. 찬반이 뚜렷하게 갈리겠는걸.

양은주= 어떤 산업에서든 발전을 위한 긴장은 필요해. 양적으로 성장한 한국영화가 질적 성장의 토대를 더 확고하게 갖추기 위해서는 독점적인 한국영화 의무상영을 일부 축소할 필요가 있어. 영화가 산업이라는 점을 망각해선 안되지.

신재영= 우리나라 영화산업은 스크린쿼터가 있어 가능했어. 올드보이 같은 영화는 한해 100편이상 제작되는 영화 중 한 두편에 불과하다. 그저 긴장을 주기 위해 스크린쿼터를 축소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봐.

이가연= 10년 전엔 우리나라 국민들은 헐리우드 영화만 찾았으나 이젠 우리나라 영화만 찾아. 그런 면에서 지금의 발전도 예전부터 스크린쿼터가 축소, 폐지될 수도 있다는 불안과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목소리 때문에 가능했다고 봐. 영화인들 스스로 좋은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컸던거지.

양은주=스크린쿼터를 주장하는 배우들 단체들 입장도 어떻게 보면 경쟁의 원칙에 어긋나고 밥그릇지키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국민들은 더 많은 영화를 볼 권리가 있어. 그게 시장의 원리고 소비자들의 요구야. 대통령의 말처럼 세계시장에서 당당하게 겨뤄볼 만해.

*참가자 - 신재영(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01학번), 양은주(한국외대 신방과 02학번), 이윤경(이화여대 국문과 01학번), 최윤영(국민대 경제학과 02학번), 이가연(한동대 언론정보문화학부 03학번)

정리=박정민 기자(bohe@heraldm.com)

사진=박현구 기자(ph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