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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계란, 커피

파르헤지아 2006. 2. 2. 07:42

 

   당근, 계란, 커피   

 




결혼한지 8년,
남편은 지금 회사를 부도내고 도망중이라 연락이 안된다.
오늘은 법원 집달관이 다녀갔고 아이들은 창피하다고
학교 못다니겠다며 방안에만 있다.

오늘따라 친정 엄마가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
무작정 부산 친정으로 갔다.

엄마, 너무 힘들어...
엄마는 갑자기 부엌으로 가서 냄비 세 개에 물을 채웠다.
그리고는 첫번째 냄비에는 당근을 넣고,
두번째 냄비에는 달걀을 넣고
세번째 냄비에는 커피를 넣었다.
그리고는 끓이기 시작했다.

한동안 시간이 지난 후 불을 끄고 엄마는 내게 말했다.
"이 세 가지 사물이 다 역경에 처하게 되었단다.
끓는 물이 바로 그 역경이지.
그렇지만 세 물질은 전부 다 다르게 반응했단다.

당근은 단단하고 강하고 단호했지.
그런데 끓는 물과 만난 다음에 부드러워지고 약해졌어.
달걀은 연약했단다.
껍데기는 너무 얇아서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을 보호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끓는 물을 견디어내면서 그 안이 단단해졌지.
그런데 커피는 독특했어.
커피는 끓는 물에 들어간 다음에 물을 변화시켜 버린 거야."

눈물이 나왔다.
"힘드니? 힘든 상황에서 너는 당근이니, 달걀이니, 커피니?"


- 새벽편지 가족 -

      그리 오래전은 아니지만 누구나 인생의 위기는 있습니다.

      저 역시도 뜨거운  냄비에 담겨졌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처음엔 당근의 모습처럼 나약하였다가,

      정신을 차리며 계란으로 바뀌어 있다가

      지금은 커피가 되어있습니다.

      지금 힘든 일들 지나보면 정말 스릴 넘치는 한편의 영화에

      지나지 않을만큼 가벼운 것일 뿐입니다.

      다시 제게 또 뜨거운 물이 담기워진다면  그때는 그물이 되어서

      저 자신을 뜨겁게 그리고 가볍게 변화시켜 버릴 일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은 단지 하나의 변형일뿐 아무것도 아닌 것입니다.

    

 

  2006.  2월 2일  목요일 희망으로 여는 아침   살로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