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루미의 사마젠 명상춤을 터키 코냐에서 다시 만나다.
여인숙 / 잘라루딘 루미 인간은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짧은 순간의 깨달음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무리여서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 가 버리고, 가구들을 모두 가져가도 그래도 저마다의 손님을 존중하라. 그들은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일지도 모르니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후회 그들을 웃으며 맞으라. 그리고 그들을 집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히 여겨라. 모든 손님은 저 멀리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시인 루미는 이렇게 말했다. 영원한 아름다움은 오직 마음의 아름다움 뿐이라고. 진정으로 아름다운 사람은 따뜻한 마음과 활기찬 에너지로 눈을 반짝이며 빛내는 사람이다. 삶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사람의 내면으로부터 흘러나와 빛날 것이며 그 빛이 바로 사람의 외면에 아름다운 인상을 만드는 것이다. 13세기 신비주의 시인,페르시아의 신비주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잘랄루딘 루미.. 그는 이슬람의 정신운동인 수피즘의 이상과 인류 사랑을 가르쳤다.
잘라루딘 루미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세마춤은 중동지역의 전통춤으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이슬람 종교의식 중 하나이다. 터키의 콘야지방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지며 터키에서는 '세마'라고 부른다. 루미가 세운 메블라나 종파는 토착적인 음악과 노래와 춤을 통해 우주와 일체를 이루는 명상춤인 ‘세마’(Sema)를 제안했다. 이 춤을 추는 사람들을 ‘세마젠’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고개를 23.5도 지구의 자전축만큼 고개를 기울이고, 지구회전과 같은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지구 공전과 같이 함께 돌면서 춤을 춘다. 어느 순간 빨라진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무아의 경지에 이르면, 마음 깊은 곳에서 신을 품고, 자신을 비우게 된다. 이는 신 앞에서 하나가 되어 인류와 온 창조물들을 사랑으로 포용한다는 뜻이다.
(캐러반의 숙소였던 사라히 (집) 정문) 카파도키아에서 나를 안내 해 주셨던 사진작가 Ahmet은 세마춤에 대한 나의 관심에 귀를 기울여 주었다. 일반 공연장에서의 공연은 감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눈이 내리던 그 밤 먼길을 마다않고 인도한 곳이 캐러반( (사라히(집) 안뜨락 ) 안뜨락에 들어서니 한쪽에는 낙타를 묶어 놓았던 곳으로 반대편 쪽에는 상인들이 쉬었던 공간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세마춤을 지상파 텔레비젼을 통해 처음 만났을때 신기한 춤도 다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춤을 만든 장본인이 페르시아의 시인 루미라는 것을 알게되니 호기심이 발동했다. 루미의 시를 읽고 난 후 느꼈었던 평온함을 기억하고 있기때문이다. 관람 전에 주의사항을 이르신다. 휴대폰도 꺼야하고, 사진촬영 금지,후레쉬 절대금지, 소음도 내지 않아야하고,, 세마의식이 끝난 후에 3분간의 포토타임이 있다는 귀뜸을 하시며 오로지 조용히 세마춤 감상 해야한다는 주의사항을 이르신다. 몇명 되지 않는 관람객들이 착석하고 악기를 다루는 악사들이 등장하고 잠시 풀룻처럼 생긴 갈대피리(네이)를 부는 몇 분의 시간이 지루했다. 춤을 추기 위해 검은 망토를 두르고 긴 펠트모자를 쓰고 줄지어 들어오시는 선무사들,, 세마댄서들을 세마젠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 이 사진은 춤을 다 추고 퇴장하시는 모습입니다) 이들은 흰색의 긴 치마 위에 ‘에고(ego)의 죽음을 뜻하는 흰색 저고리를 입는다. 세마젠들은 팔을 감싸고 허리를 숙여 몇 차례 서로 인사하고서, 우주를 향해 길을 떠나는 순례객처럼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윽고 무덤에서 나오듯이 검정 망토를 벗어던지고 본격적인 춤으로 빠져든다. 팔을 양쪽으로 벌리는 것은 영적 합일을 뜻하며, 신의 은총을 받는다는 뜻으로 오른 팔은 하늘을 향하게 하고, 신의 은총을 전한다는 의미로 왼 팔은 땅을 향하게 한다.
이 세마춤은 춤이 아니라 기도라고도 한다. 수백 번 내지 수천 번을 회전하면서 무아지경의 상태로 신과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수행의 방법 중 하나다. 묘비를 의미하는 원통형의 높은 모자와 수의를 뜻하는 넓은 치마를 입고 그 위에 검은 망토를 입었다. 그리고 무희들이 팽이 돌리 듯 자신의 몸을 돌리고 또 돌린다. 교리문답보다 신에게 대중을 더 가깝게 가도록 만들어 준 세마 춤은 낮은 곳으로 향한 루미의 사랑이 표현된 것이다. 오른손은 하늘로 향하여 하느님의 은총을 받고 왼손은 땅을 향하여 은총을 회중들에게 전해준다. 신과 교감하는 행위로 우주 중심에 내가 있는 신비로운 느낌의 춤이다. 가운데 검은 옷을 입고 계신 분이 세먀젠들의 위치를 규칙적으로 바꿔주므로서 자리를 옮기며 새로운 위치에서 다시 시작하는 싯점을 정해주고 어지러움을 감소하는 역할을 하는것이라 했다. 여러명의 선무사들이 군무를 이룰때는 순백색이 주는 화려함이 느껴졌었고 그들의 단순한 동작이지만 갸우뚱 고개를 기울인 채 마치 태엽 감아놓은 인형이 돌아가는것처럼 표정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넋이 빠진채로 바라보았던 30여분의 공연이 끝나고 잠시 사진촬영을 위한 공연은 단 3분.. 너무 어두운 공간에서의 공연.. 사진촬영 적정 노출이 나오질 않아 의자에 팔꿈치를 기댄 채 몇 컷을 찍지도 못하고 끝나고 말았다. 세마춤이라고 표현하는것은 어쩐지 안어울리는것 같았다. 이슬람교의 교리도 모르고 그들의 지향도 정확히는 모르나 그러한 의식을 숨을 죽이고 바라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빠른 속도로 회전을 하면서도 춤을 멈춰야 하는 싯점에서 몸가짐이 흩뜨러지지 않고 똑바로 서멈출 수 있을 수 있을까? 그리고 춤을 추는 동안 선무사들의 집중력이 흩뜨러지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어 철저하게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이 갔다. 이번 여행 기간중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꺼리가 된듯하다. 기암괴석이 도시를 이루고 있는 카파도키아의 풍경보다 더 많은 감동을 선물받고 돌아서면서 이렇게 낯선 풍경,사람, 문화와의 만남이 가져다 주는 설레임은 또 다른 여행을 꿈꾸게 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돌아섰다. 순례걕을 만나고 돌아선 것처럼 공연을 보고 돌아오는 내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생소하지만 경견하고 숙연해지기까지 하는 마음 속에 작은 파동은 가슴을 벅차게 했고 세마젠들의 양손끝이 향하는 그들의 지향과 언어를 이해하고 싶어졌다. (실내가 너무 어두워서 사진촬영이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더러는 촛점이 흐린데 노출이 충분치 않아서 너무도 빨리 회전하는 세마젠님들의 회전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하루 하루 밝아 오는 해를 맞이하듯.. 또 다른 날을 맞이해야 하는 우리의 삶처럼,,, 세마젠들의 수려한 치맛자락에 매달려 있을 그들의 염원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며,, (2013.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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