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헤지아 2010. 6. 5. 23:16



          * 뒷모습은 정직하다. 눈과 입이 달려 있는 얼굴처럼 표정을 억지로 만들어 보이지 않는다. 마음과 의지에 따라 꾸미거나 속이거나 감추지 않는다. * 뒷모습은 나타내 보이려는 의도의 세계가 아니라 그저 그렇게 존재하는 세계다. 벌거벗은 엉덩이는 그 멍청할 정도의 순진함 때문에 아름답다.
          * 뒷모습은 단순 소박하다. 복잡한 디테일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저 한 판의 공간, 한 자락의 옷, 하나의 전체일 뿐이다. 무희나 패션 모델이나 조각상의 벌거벗은 등은 하나의 평면처럼 빛을 고루 반사한다. * 뒷모습은 골똘하다. . . . . * 뒷모습은 너그럽다. . . . 어머니의 등이 있어 우리는 업혀서 안심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 뒷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나와 같은 대상을 바라보는 동지다. 서로 마주 보는 두 사람은 사랑하는 연인일 수도 있지만, 서로를 공격하려는 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게 등을 보이는 사람은 나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나와 뜻을 같이 하는 동지일 수 있다. 같은 방향, 같은 대상, 같은 이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이심전심의 기쁨을 맛본다. . . . . * 뒷모습은 쓸쓸하다. 나에게 등을 돌리고 가는사람,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등을 돌리고 잠자는 사람, 나를 깨어있는 기슭에 남겨두고 잠의 세계로 떠난 사람은 우리를 쓸쓸하게 한다. 그러나 그 쓸쓸함이 더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이 애달픈 때도 있다. / (주)현대문학
            ( ♪~ Ryan Farish - Everlast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