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헤지아 2010. 4. 11. 01:10

러시아 항공기가 추락해서 97명의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1940년 러시아 스몰렌스크 인근의 산림 지역인 카틴 숲에서 2만2000명이 넘는 폴란드인을 학살,

암매장한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2010년 4월 10일, 2차 대전 최악의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된 카틴숲 학살사건 추모행사에 참여하려던

폴란드 대통령 내외를 비롯한 관료들이 대부분이였던 비행기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였다.

 

와는 상관없는 이 사건이 오래전 나와 요가와의 만남을 떠오르게 한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러시아에 의해 격추되어 추락한 대한항공기 사고가 있었다.

그때 대한항공기에 탄 몇 백명이 한날 한시에 죽었다.

어떻게 각기 다른 수백의 사람들이 한날 한시에 죽을 수 있을까?

그 사람들이  같은 죄를 지어서 일어난 업보라는 것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의문을 가지는 순간 답은 어떻게든 찾아오게 마련이다.

그게 한 권의 책이든, 영화의 대사이든 길거리 광고판에서든 말이다.

이때 내게 답을 준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라는 한 권의 책,

인도의 요기 바바하라다스는 이 책에서 내가 왜 요가를 해야만 하는지 답을 주었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과의 인연이 또 다른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 짓기도 하는 것처럼

그는 내게 요가로서는 첫 번째 스승이다.

 

우리가 생과 생을 걸쳐 마음속에 지니고 다니는 선행과 악행의 흔적을 삼스카라라고 한다.

삼스카라는 알맞은 토양에서만 싹트는 씨앗과 같아서 그렇지 못하면 잠든 채로 남아 있는다.

사람이 자신의 고통과 불행을 알고 어떠한 삼스카라가 고통을 불러왔는지 알려고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고통이 치유되지는 않는다.

오직 공상속에 시간만 낭비될 것이다.

만일 생각과 행동에 있어 긍정적인 덕성을 기른다면 긍정적인 삼스카라가 발아할 수 있는

토양이 배양되고 부정적인 삼스카라는 잠든 상태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이렇게 하면 단지 좋은 덕성을 키우는 것만으로도 평화를 얻을 수 있다.

 

" 역경과 행운은 지나간 행위의 결과로서, 올 때가 되면 반드시 찾아온다는 것을

분명히 아는 자는 언제나 자족하며 감각을 다스리고 욕망도 근심도 가지지 않는다. "

             

 -힌두경전

 

지나간 행위는 현재의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나의 생각과 행동에 있어 긍정적인 삼스카라를 키우는 작업을 통해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참으로 멋진 일이지 않는가!

이러한 일을 위해서는 요가가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어린 나는 바바의 글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요가는 내가 이 생에서 꼭 만나야만 하는 숙명으로 다가왔었다.

요가와의 만남 이후 지금까지 나는 내면과 외면의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육체는 마음이 타고 다니는 마차이며, 신의 사원과 같은 곳이다.

그러므로 마음이 타고 다니는 마차이며 신성이 거하는 사원을 잘 돌보아야 하는 것은 또한 우리의 의무이다.

그리고 자신의 육체가 소중한 만큼 또 다른 신성이 거하는 나 이외의 존재에 대한 경외도 인간이 가져야 하는 덕성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재 일어나는 많은 사고나 그에 따른 죽음은 과거의 우리 또는 그 이전의 사람들이

지어놓은 많은 행위의 삼스카라들의 결과물이다.

역사는 우리가 과거에 권력을 가지고 어떠한 모습으로 악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지나간  역사의 카틴숲 사건이 이 비행기 사고를 통해 다시 회자되는 것을 본다면,

인간은 자신의 물리적 공간이나 사건의 개연성을 너머 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시대를 산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하나의 삼스카라의 파장안에서 존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와는 상관없다는 이 비행기 추락사고는 나와 상관있는 사고이기도 하다. 

 

나는 신을 믿는 종교를 가지지 않는다.

그러나 타인에 깃든 신성에 대하여 언제나 늘 경외를 가지고 산다.

그래서 모든 종교와 종교인을 존중한다.

하지만 자신의 종교를 위해 다른 종교를 배척하는 그 어떤 종교도 나는 가지고 싶지 않다.

이것이 어쩌면 나만의 종교일 것이다.

 

그래서 지금 현재의 삶의 순간과 만나는 사람들이 참 소중하다.

나는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사랑을 본다.

사랑으로 살아가는 나와 당신이 되어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소망으로

이 카페는 탄생되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우리의 생각은 사라지지 않고 이 공간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좀 더 긍정적인 덕성으로 하루를 채워가는 우리가 되기를 두손 모아 기원한다.

 

 

2010년  4월 11일 새벽  오늘도 세상에서 죽음의 변형을 거치는 영혼들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