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도 앓았던 조울증의 힘겨움 고백
타블로도 앓았던 조울증의 힘겨움 고백
사회 여행/우울증 여행 2009/10/15 08:01 꺄르르

그나마 우울증의 심각함은 이제 많이 알려졌지만 조울증에 대해선 아직 잘 모르는 상황이죠. 조울증은 증세의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보통 인구의 1%정도가 앓고 있는 ‘흔한 병’입니다. 조증과 울증이 교대로 나타나고, 한쪽이 우세하거나 또는 섞여서 나타나기도 하죠. 조울증을 앓는 사람은 얼마나 힘들까요? 조울증으로 정신병원도 두 차례 입원을 하였던 강모씨를 만나 이야기 들어보았습니다.
“조증이 뜨면 통제가 안 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져서 정신병원 폐쇄병동에서 두 차례 감금 치료”
-조울증으로 입원을 하셨을 때, 어떠셨나요?
약간의 조증은 활발한 활동력, 추진력, 창의력과 이어지고, 배우와 미술가, 음악가 같은 예술가들에게 많다고 해요. 정도가 약하면, 집에서 오가며 통원치료를 할 수 있겠죠. 저는 그런 증세를 넘어서 통제가 안 되었어요. 갈수록 심각해져서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감금되어서 두 번 입원을 했어요.
처음엔 29살 때였어요. 알 수 없는 이상행동을 하기 시작하였죠. 과대망상증처럼 제가 대단한 인물이라는 생각에 빠졌죠. 그래서 ‘난 예수’라고 뛰어다니고 계속 뭔가 일을 벌였어요. 예를 들면, 피시방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경찰에 연행되었거든요. 경찰에선 구속을 하지 않고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거 같다고 해서, 서울에 있는 병원의 폐쇄병동에서 세달 입원을 했어요.
조울증은 재발률이 높아요. 정신과 약을 먹으면 졸리고 몽롱해서 잘 안 먹다보니, 2년 뒤에 2차 발병을 했어요. 증세가 더 심했죠. 칼 들고 사람을 죽이겠다고 난리쳤죠. 조증이 뜬 거예요. 목사님 기도를 받아 봐도 안정이 안 되어서 강제로 끌려가다시피 수도권에 있는 정신병원에 입원해서 두 달 동안 치료를 받았어요. 그 뒤로 6년이 지났는데, 약 잘 먹으면서 아프지 않고 잘 지내고 있어요.
-폐쇄병동에서 생활하고 나오셨는데, 그때 어떠셨나요?
폐쇄병동은 아무나 못 들어가는 곳이잖아요. 보호자도 못 들어가요. 감옥이랑 똑같은 수준이에요. 너무 열악해서 깜짝 놀랐어요. 정신에 이상이 있는 사람을 치료하려면 자연과 가까이 있어야하고요. 응어리졌던 것들이 자연에서 풀어지면서 치료가 되거든요. 그런데 그 좁은데다 가둬놓고 약 먹이고 재우는 거예요. 폐쇄병동은 형무소랑 똑같다니까요. 정신병자에게 인권은 없다고 보시면 돼요.
폐쇄병동은 한 달이든 두 달이든 있다가 나오면 사회성이 확 떨어져요. 거기서는 환자들이랑만 생활하고 기껏해야 담당의사랑만 이야기할 수 있거든요. 밖에서 면회를 매일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가족이라 해봤자 일주일에 한번 보는 정도죠. 갇혀있다 보니 퇴원을 하고나서도 사회성이 너무 많이 덜어져서 한동안 집에만 있었어요.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뭘 하고 싶은지도 잃어버렸더라고요.
-조증이 떴을 때는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떤 기분이었나요?
제가 무속을 믿는 건 아니지만, 신 내림 같은 걸 느꼈어요. 누군가 제 안으로 들어오더라고요. 제가 말을 하는 느낌이 아니라 뭔가가 들어와서 입을 열어 말을 한다는 느낌이 있는 거예요. 지금도 기억나요. 명성황후가 들어와서 이렇게는 못 떠난다, 세상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막 욕을 하더라고요. 조증이 뜨면 폭력 성향이 강해지는데, 통제가 안돼요.
의학계에선 조증이 일어나는 원인을 유전자 영향도 크다고 보지만 외부충격에서 온다고도 보거든요. 외부충격으로 신경전달물질체계에 이상이 생기는 거죠. 저는 외부충격이 전혀 없었지만 조증이 오더라고요. 조증은 수도꼭지가 고장이 나서 뇌호르몬 분비가 분수처럼 쏟아지는 거예요. 그러다보니까 행복해지고, 우주를 날아다닐 거 같았죠.
기분이 좋아지다가 신도 들려요. 저는 그 상태에서 귀신도 봤는데, 한명이 아니라 열 몇 명을 봤어요. 소복 입고 머리 풀어헤친 여자들이 2줄로 서서 저를 쳐다보더라고요. 과학자들은 환상을 봤다고 얘기하는데, 귀신이 없다 있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증상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거죠.
책을 보면 여러 사례들이 많아요. 귀신도 보고 욕도 하고, 돌아다니면서 사고치는 거죠. 다른 환자들은 옷을 홀딱 벗고, 뛰어 다닌다거나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지고 성욕도 높아져서 아무하고나 성관계를 갖는다거나 돈을 마구 쓴다든지 한다고 하더라고요.
-우울증엔 자살충동이 강한데, 조증에도 자살충동이 있나요?
울증은 죽을 용기도 없는 무기력한 상태고, 살 이유를 못 느끼다보니 자살을 많이 하게 되죠. 조증도 그에 못지않게 자살충동이 와요. 기분이 떠 있으니까 죽는 것도 사는 것도 문제가 안 되는 거예요. 또한 그런 감정을 겪고 나면 너무 고통스러우니까 몸을 던져버리고 싶은 거죠. 그래서 자살률이 높아요. 제가 살던 아파트가 6층이었는데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들더라고요. 다행히 거기까지는 안 가서 이렇게 여기서 얘기하고 있네요.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만큼 괴로운 이도 있을까? 영화<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죽는 것도 사는 것도 문제가 안 돼, 거의 미친 상태가 되고 통제가 안 되니까 자신도 무서워”
조중과 울증, 둘 다 힘들고 싫죠. 저는 조증이 더 힘들었던 거 같아요. 우울할 땐, 밖에 안 나가잖아요. 저는 책 읽는 거를 좋아해서 집에 틀어박혀서 책도 읽으면서 우울함을 버텼어요.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 특징이 잠을 많이 자요. 눈 뜨고 있으면 괴롭고 집에만 있으니까 잠을 자죠. 울증에 걸렸을 때 비정상적으로 잠을 자는 거예요. 하루에 15시간씩 잔 거 같아요.
울증은 하루하루가 괴롭지만 잠이라도 자면 큰 문제가 안 될 수 있는데, 조증은 더 무서워요. 거의 미친 상태가 되니까, 제가 다칠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거죠. 심하면 범죄자가 될 수도 있으니 조증이 더 무서웠어요. 통제가 안 되었기 때문에 묶여서 들어갈 정도였으니까요.
-약을 드시고 있는데, 생활할 때 어려움은 없으시나요?
약들이 뇌호르몬을 조절하거든요. 약을 잘 못 지으면 하루 종일 몽롱하고 아침에 못 일어나요. 늦게 일어나 밥 먹고 약 먹으면 또 졸려요. 왜 그러냐면 조증 떠서 자살하느니 그냥 몽롱하게 있으라고 독하게 지어주는 거죠. 정신병에 최고 보약이 잠이거든요. 잠이 중요해요. 무의식에서 편히 쉬는 거죠. 잠을 못 자면 조증이 금방 떠요.
그래도 잠만 잘 수 없는 거죠. 정상생활을 하려고 약을 알맞게 잘 지어주는 병원을 찾아 헤맸어요. 저도 정신과 의사를 몇 십 명 만났는데, 처방이 다 달라요. 다행히 지금 다니는 병원은 약을 너무 잘 지어줘요. 제 상태에 대해서 얘기를 하면 그에 따라서 조절을 해서 약을 지어주죠. 보름에 한번 씩 갔는데 요즘엔 바빠서 한 달에 한 번씩 가서 약 타먹고 있어요.
약이 안 맞으면 부작용이 있어요. 목이 탄다든지 졸린다든지 갈증이 심하다든지 그렇죠. 감기약조차도 수분을 빨아들이잖아요. 그 현상과 비슷하게 보면 돼요. 지금 먹고 있는 약은 저에게 딱 맞아요. 요즘엔 약들이 잘 나와서 실생활에 지장이 없어요. 자기 전에 한번 약 먹으면 되죠.
-조울증으로 고생하고 계신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우울하면 우울한 대로 영화도 보시고 음악도 들으시고 자신을 스스로 달래시고 도움을 줄만한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하셔야 해요. 가족과 친구들에게 말을 하세요. 그러면 도와주거든요. 영화도 같이 보고, 연극도 같이 보는 거죠. 암 같이 몸에 병이 생기면 사람들이 보호를 해주는데, 정신병은 가족들에게도 외면 받을 수 있어요 더 괴로운 병이죠.
그래서 충분히 표현해야 해요. 팔이 부러졌으면 문이라도 열어주면서 도움을 받을 순 있지만, 정신병은 겉으론 멀쩡하기에 아무도 환자라는 걸 모르고 도와주지 않아요. 자신이 병을 앓고 있다는 걸 알리고, 조증이 떠서 욕을 하더라도 이해 해달라고 미리 말을 건네거나 편지를 쓴다면, 관계가 달라질 거예요.
결국엔 삶의 목표가 생겨서 병을 이겨낸 거 같아요. 지금도 약을 먹으면서 생활하고 있지만 제가 하고자 하는 걸 하고 있기 때문에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거든요. 자신이 하고 싶은걸 찾으면 힘이 생겨요. 저도 자포자기를 했었는데, 우연히 저를 캐스팅해주는 분이 계서서 용기를 얻고, 그때부터 연기활동을 시작하니까 덜 아프더라고요. 누구든지 하고 싶은 게 내면에 숨겨져 있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모를 뿐이죠.
-정신에 병이 있는 사람들을 사회에서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위험한 인물이니까 단순히 가둬야 한다는 게 아니라 치료를 하려고 해야죠. 정신병을 그냥 개인의 병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환경만 바꿔줘도 치료가 더 잘 되거든요. 정신병을 위한 수양시설이 더 많이 나아져야 해요. 약만 먹이지 말고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를 해야죠. 음악이나 연극 같은 예술치료도 접목하고요. 인간은 육체 뿐 아니라 영혼을 가진 존재인데, 약이 몸을 지배할 순 있어도 영혼을 지배할 순 없어요.
또한 보험혜택이 되었으면 해요. 제가 정신병원에 있을 때, 치료비가 한 달에 300만원씩 나왔어요. 환자랑 그 가족들이 의료비에 다시 한 번 충격을 받는 거죠. 더구나 정신 병력이 있으면 보험에 가입도 안 해줘요. 정신병 환자들이 의료권 변두리로 내몰리고, 더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거죠. 이런 점을 개선했으면 해요.
타블로씨도 너무 고통스럽게 앓았던 조울증, 사회에서 관심을 가져야 하죠. @MBC
마음 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세상, 이대로 가면 더 이상 안 된다!
힙합그룹 에픽하이에 타블로씨는 9월 30일에 방송된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 나와서 “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어요. 주변에서 이상하게 생각할지 몰라도 난 살아남기 위해 받은 치료였어요”라며 아팠던 사실을 털어놓았죠. 타블로씨는 대학원 1년 동안 치료를 받으면서 학교를 다녔다고 하네요. 이처럼 조울증은 널리 알려지지만 않았지 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으며 살아남으려면 치료를 받아야 하는 병입니다.
기운이 늘 가라앉아 있는 게 우울증이라면 조울증은 감정이 오락가락합니다. 우울증이 바닥에 누워 한숨 쉬는 거라면 조울증은 널뛰기를 하면서 고통스러워하는 거예요. 우울증은 무기력해지고 살 가치를 못 느끼지만 조울증은 감정변화에 자신을 주체하지 못해 어쩔 줄 모르게 되죠. 감정이 갑작스럽게 오르락내리락하기에 둘레 사람들도 이상하게 여기고, 조증에서 울증으로 감정이 추락할 때 느낄 절망감은 짐작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자신을 내어 보이면 상처밖에 돌아오지 않는 사회이기에 사람들은 철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자신의 속내를 보이면 위험하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배운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고, 얼굴에 감정이 실린 사람들을 멀리 하죠. 맨얼굴로 나서는 사람은 온통 철가면을 쓴 세상에선 이상한 사람이 됩니다. 조울증과 우울증으로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은 사회에서 내치고, 감싸주기보단 꺼려하죠.
정신에 문제가 생겨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 도와줘야 합니다. 특히, 곁에 있는 사람들의 애정이 절실합니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에게 안전한 바닷가에서 “용기를 내라!”고 말하는 것은, 한가한 위로가 될 수 있죠. 당장 턱까지 숨이 막혀 헉헉 대고 있는데, 멀리서 손 흔드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진심을 담아 끈질기게 되풀이해서 격려를 한다면 진짜로, 힘을 줍니다. 그마저도 안 하려는 세상이니까요.
위험에 뛰어들어 그 사람을 구하는 것까지 바라진 않더라도 적어도 상대방을 걱정하며 관심을 놓치지 말아야겠죠. 공감하는 마음이 사라지면 사이코패스, 자기만 아는 사회는 지옥이니까요. 정신에 병이 생긴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럴까요? 저마다 다른 원인을 꼽겠지만 이대로 가면 더 이상 안 된다는 것은 뚜렷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