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선원 간화선 수행일기 1
2009년 8월 21일 오후 2시 상원사 용문선원에서 시작된 제5기 간화선 참선수련대회
묵언정진이라 말없는 말로서 눈빛과 몸짓으로 모두가 통할거라는 기대를 하고
주지스님의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각자 맡은 소임이 배정되었다.
지혜반에 배정된 나는 옆에 앉은 나이든 보살을 보는 순간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었다.
우리 지혜반은 5명이 한조였고 대웅전 청소소임을 맡았다.
약수물에 걸레를 빨다가 드는 한 생각
"걸레는 빨아도 걸레이고,
수건은 더러워도 수건이다."
이것은 무엇 때문인가?
왜 이 고정된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가?
한참을 생각하며 대웅전 청소를 끝냈다.
청소하는 시간 생각대로 묵언은 곧바로 깨졌다.
묵언을 하기 위해 묵언패까지 걸었건만
다른 보살이 계속 말을 걸어 왔다.
속에서 나도 모르게 귀찮음이 치밀어 오른다.
나는 정말 동기중에 최악의 사람들과 한 조가 되었다.
그래도 가능하면 말을 하지 않으려 최선을 다했다.
청소가 끝나자 우리반의 다른 두명과 함께
대웅전 좌측의 조금 더 크고 차탁까지 있는 펜션(?)방이 배정되었다.
나와 김보살은 열심히 방을 청소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우리 방을 보러 온 다른 방에 배정된 우리반의 두 나이든 두 보살의 얼굴에
이 방에 대한 집착이 엿보였다.
곧 방배정을 바꿔달라 하길래 다른 보살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하지만 곧 그들의 집착은 끝나지 않고 이 방에 들어올 때까지 계속되리란 걸 알고 있었다.
욕심으로 가득 찬 그들의 삶이 얼굴과 기색에 역력했으므로...
나는 그녀들을 보며 속으로 울컥 치미는 이말을 내뱉고 싶었다.
'제발, 나이값 좀 하세요.'
하지만 꾹 눌러 참고 고개짓만 한다.
그렇게 수련회 첫날 기대는 허무하게 깨졌고
이날 부터 참선대회에 참가한 우리들로 인해
주지스님의 고행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날 참선기간동안 나의 인욕바라밀도 시작되었다.
이 선원을 처음 본 날 나는 곧바로 외부인 출입금지의 푯말을 무시하고 선원으로 들어갔었다.
두 번을 더 방문하고도 선원장 스님을 뵙지는 못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상원사 전화번호를 찾아 몇 번의 연락을 시도한 끝에
사무장과 통화를 하고 선원장 스님을 뵐 수 있었다.
그리고 받은 간화선 책과 수련대회 참가 허락,
이렇게 끈질긴 두드림으로 찾게된 용문선원 하선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