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살로메의 명상노트

세상에 버릴 것 하나도 없더라

파르헤지아 2009. 7. 2. 13:35

  

 순간적으로 수반에 부디쳐 부리가 떨어진 다관의 모습에 아연실색했다.

아끼는 그릇들이 자꾸 깨어진다.

아직은 깨어지고 버려야 할 것들이 많은가 보다.

하지만 곧 나를 위로한다.

처음엔 차를 우리는 다관이였지만

다른 용도로 재탄생시키면 될 것이라고...

 

 작년에 허브티를 마시고려고 샀던 뚜껑이 깨진 유리다관이 생각났다

 꼭 갖고 싶어서 샀던 유리다관의 뚜껑이 깨지고

병신이 되어 버린 다관이였지만 차마 버릴 수 없었다.

언젠가는 이 다관의 뚜껑에 맞는 것이 올거라 믿으며 곱게 박스에 포장해 두었다.

그리고 오늘 다시 이 다관에

작년에 사랑으로 말린 국화차를 우린다.

 

 그리고 깨어진 백자다관의 뚜껑을 이 유리다관에 얹었다.

하얀모자를 쓴 유리다관의 모습이다.

유리다관의 투명함속에 노랗게 우려진 국화 찻물이 따뜻하다.

 

그리고 부리가 깨어진 다관에는 작년에 한촉 따온 화초를 심었다.

세상에 버릴 것 하나도 없다.

다만 그것을 쓰지 못하는 인간의 안목이 가치를 알지 못할 뿐이다.

처음 태어날 때 그 모양으로 꼭 쓰여질 필요는 없다.

어디서든 어떻게든 자신의 가치를 발휘하는 존재가 된다면

언제나 세상에서 아름답게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차를 우리던 다관이 작고 귀여운 화초의 집이 되었다.

다관도 나도 이별할 필요없이 이렇게 다시 함께 산다.

 

처음처럼만 같은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한 설레임으로 하루를 살수 있다.

그 설레임이 주는 행복은

늘 새로워지고

늘 발전하려는 노력속에서 찾아지는 것이다.

 

세상에 깨어져도 버릴 물건 없다면

세상에 쓸모없어 버려질 사람 더욱 없는 법이다.